알콜중독으로 해외에서 아들만난 기억을 전혀 못 하시는 아버지 하늘라인의 하늘공간

저의 아버지께서 제가 대만에 있을때 수차례, 태국에 있을때 한차례 저를 만나러 오셨거든요. 그런데 당시에는 심한 알콜중독, 알콜의존증세가 있었습니다. 해외를 나오더라도 꼭 저렇게 소주를 챙겨 왔습니다. 

먼저... 지금은 70살의 나이에 술과 담배를 '거의' 끊었습니다. 고등학생때부터 해오던 술과 담배를 '완전히' 끊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최근에는 술을 끊고 맑은 정신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알콜중독이 꽤 심했던 시기였습니다. 
외국에서 장기거주 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가끔 한국에서 저렇게 음식이 공수되어 오면 저 한동안은 쌀밥에 환장을 하게 됩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 장기거주자분들도 분명히 한국반찬 받으면 기분 엄청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버지께서 올때마다 저렇게 반찬을 가지고 오셨는데... 꼭 소주를 대량 챙겨서 오시더군요.

아버지는 아침에 식사하면서 소주한병, 점심때 소주한병, 저녁때는 당연히 소주한병, 밤에 자다가 깨면 소주한병을 드셨습니다. 부모님이 식당을 하셔서 영업용 냉장고에 늘 술이 있거든요. 다른 고량주나 와인, 위스키 이런건 다 싫다면서 오직 소주만 드시더군요. 대만에 와서 고량주를 마시고도 집에 돌아와서 또 소주를 찾는... 술을 전혀 못 하는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주량인데요.
대만집에서 저녁함께한 사진을 보니 저기 아버지께서 물컵을 챙기시는데요. 모르긴 몰라도 쟤는 소주를 따라 마시기 위해 챙겼을겁니다. 저의 집에는 소주잔 같은게 없었거든요.

아무튼 최근에 아버지랑 이야기를 하다가 좀 의외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저랑 대만에서 갔었던 풍경이나 대화했었던 내용들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태국에서도 관광지 및 여러군데를 돌아다녔는데 전혀 기억을 못 하시더군요. 특히 많은 대화를 했었는데, 그런 기억들... 특히 함께 어디 다녔던 자체를 기억 못 하시더군요. 대만에 갔던 기억. 태국에 갔었던 사실만 기억을 하고 나머지는 전혀 기억을 못 하셨습니다. 불과 몇년전 일인데요.
대만예류라는 곳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여기 좋다고 했는데 기억 안 나세요?" 라고 물어보니 기억이 전혀 안 난다고 하시더군요.
예류 뿐만 아니라 진과스
지우펀도 갔었거든요. 사진을 보여줘도 기억을 못 하는 것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대만은 몇 년 지났었다고 치더라도. 태국은 최근의 일인데도 전혀 기억을 못 하시더라구요.
특히 태국은 좀 웅장한 유적지를 보면서 멋있다고도 했었는데 말이죠.

또 태국에서는 저와 둘이서만 운전하면서 돌아다녀서 대화를 좀 많이 했었거든요. 대화하는 과정에서 저의 미래걱정 가지고 한바탕 대판 차에서 싸우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제가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버지는 늘 저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어쨌거나 최근에 만나 대만과 태국의 시간들을 전혀 기억을 못 한다는 말을 듣고는 저는 좀 적지않게 충격을 받았었구요.
그걸 듣고 있던 여동생은 옆에서 "술때문에 그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해외에서 여행한 기억을 하나도 못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쌍한 일이에요" 라고 한마디 거들더군요.

놀랍게도 70살 이후 금연, 금주를 한 뒤로 여행한 기억들은 또 하나하나 다 가지고 있더라구요. 지금도 가끔 만나면 그 당시 배낭여행한 이야기, 도보여행한 이야기... 일본 대마도 도보여행하면서 일본인들로부터 좀 무시? 불친절? 당한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다 하십니다. 

저는 다행히 아버지와는 체질이나 성향이 많이 달라서, 인생이 힘들거나 삶이 고달플때 술이나 담배, 혹은 기타 약물등에 의존을 하지 않았었구요. 특히 사업실패한 2009년부터 3~5년 사이의 인생최대 고난기에도 정신줄 놓지 않고 꾸준히 공부를 했었던 것이 그나마 지금에는 조금 재기를 해서 그냥저냥 떵떵거리며 살지는 못 해도 남들에게 손 안 벌리고 살 정도는 된 것 같거든요.

저의 아버지는 지금은 금연, 금주 하고 운동도 많이 하시고 독서도 엄청나게 하십니다. 70이전의 그 좋았던 시절을 술 담배에 찌들어 산 인생이 후회스럽다고 하시면서 그걸 보상이라도 받으시려는 듯 운동, 독서, 그리고 여행(코로나 이전)을 많이 다녔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어린 혹은 젊은분들이 계시다면 인생이 힘들때 술, 담배, 약물 등에 의존하면 그다지 좋을 것이 없습니다. 


덧글

  • rumic71 2021/08/26 01:26 #

    저도 술을 매우 좋아하지만 다행히 의존증까진 안 갔네요. 한달에 한두번 정도 마시는듯.
  • 하늘라인 2021/08/29 21:30 #

    한달에 한두번 마시는 건 양호한 편 인 것 같습니다. 의존증을 이야기하기에는 빈도수가 아주 양호한데요.
  • santalinus 2021/08/29 12:49 #

    하늘라인 님도 많이 속상하셨을 듯 합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금주하셔서 너무 다행이네요.
  • 하늘라인 2021/08/29 21:31 #

    최근에 외국에서의 기억을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의외였습니다.

    지금은 금주금연 거의 성공한 듯 하여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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