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비싼 나라로 어학연수나 유학을 가게 되면 하게 되는 일 차이컬쳐

저의 지인 태국에서 온 유학생이 저렇게 흙을 생수병에 담아 왔더군요. 뭘 하려나 지켜 봤더니, 아래 사진처럼 식물을 심었습니다. 
여기 이 식물들이 동남아음식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그 식재료인데요. 가만히 보니 저랑 함께 태국슈퍼 가서 구입한 식자재입니다. 쉽게 말하면 상추를 사 와서는 그걸 퍼온 흙에 심어 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숙소에서 태국음식을 해 먹는데, 기본으로 들어가는 식자재여서 구입은 해야겠고, 자기 경제수준으로 저걸 계속 사 먹기가 부담이 되어서 "자라는지 안 자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심어 봤다" 라고 하더군요.

저는 중국에서도 경제적으로 크게 여유가 없이 유학생활을 했었고, 캐나다에 가서는 기초수급대상자 수준으로 생활을 해서 1년 계획하고 갔던 걸 돈이 없어서 8개월만에 돌아오기도 했었습니다. 아무리 아껴도 안 되더군요.
태국마트 가니까 저 태국바질을 우리나라에서 상추나 깻잎 팔듯이 한 묶음씩 묶어서 팔더군요. 그걸 저렇게 흙 퍼와서 꽂아 둔 거구요. 저렇게 한다고 자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 장면을 보니까 물가비싼 한국에 와서 고생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고, 저의 이전 어학연수 시절 생각도 나고 그렇더군요.

중국에서 기숙사를 배정 받았는데, 좀 오래된 (오래된 후드티가 다 그렇듯이 목도 조금 늘어난...) 후드티가 옷장에 하나 있더군요. 그 당시에는 어쨌거나 돈을 아껴 써야 한다는 각오와 옷도 없었던 터라 그냥 제가 입었습니다. 유학마치고 귀국한 학생이 버리고 갔으려니 생각했었죠.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저보다 먼저 와서 수업을 듣고 있는 어느 한국여학생이 옷장에 놓아 두면 청소하는 사람들이 버리겠지 라고 생각하고 놓아 둔 건데 그걸 제가 입고 다녀서 놀랐다는 이야기를 다른 학생으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 여학생 얼굴 보기가 조금 민망하더군요.

제가 조금 나이가 있을때 어학연수를 가서 왠만한 학생들과는 나이차이가 조금 있었거든요. 그런데 돈이 없어서 누가 버린 옷을 입고 다녔으니까 그 당시에는 좀 부끄럽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내가 조금 더 성숙했었고, 원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더라면 "나는 물자를 낭비하지 않고 아끼는 사람이다" 라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었던 사안이지만, 늘 그렇듯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 자존감이 높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그 당시의 경험과 나이로는 그러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그 태국학생 만나면 밥은 늘 제가 사 줍니다. 태국음식 먹고 싶다고 해서 태국인이 하는 태국식당가서 저렇게 태국식으로 식사를 해 보았습니다. 

저는 늘 생각을 합니다. 교육이야말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구요.

제가 지금까지 그.나.마. 굶지 않고 남들 보다 더 잘 살지는 못 해도 적당히 벌어 먹고 살 수 있는 바탕이 그 당시 어려울 때 어쨌거나 중국어와 영어를 조금 배워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만약 그 때 제가 중국어와 영어를 배우지 않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 들었다면 지금 저의 삶이 (어찌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더 고달플거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부디 저 태국학생이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꼭 어학 잘 배워서 투자한 금액을 회수도 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길 바랍니다. 

상추나 깻잎이 먹고 싶다고 그걸 사서 흙 퍼와 흙에 심어 둘 생각은 전혀 못 했는데요.

참고로... 저 학생이 어릴적부터 부모님아래에서 농사를 한 경험이 있어서 '작물기법' 은 있더군요. 식물키우는데는 기본 소질이 있는 학생입니다. 

덧글

  • santalinus 2021/05/23 23:05 #

    교육이야말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 중 하나이긴 하죠.( 순수인문학 빼구요. 이건 그냥...천천히 가난해지는 지름길일 뿐) 근데 보통 그 기회를 가족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인도에서 학부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어학의 경우 대학원을 가면 연봉이 훨씬 많이 오를 수 있는데 빨리 취직하느라고 학부만 마치고 저연봉의 직장으로 눈을 돌리는 학생들의 경우였어요. 빨리 돈 벌어서 가족들 부양해야 한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학생이 조금만 더 공부하면 얼마나 많이 벌 수 있을지, 얼마나 편안한 미래가 펼쳐질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지한 학부모들이 너무 많다는 게 정말 큰 문제였습니다. 재능있고 성실한 친구들이 그냥 그렇게 눈앞의 돈벌이에만 급급한 부모들 밑에서 희생하는 경우를 많이 보면서, 없는 살림에도 지금까지 서포트해 주신 부모님께 글케 감사할 수가 없었어요.

    옷 문제는... 옷주인이었던 학생의 생각이 많이 어렸던 것 같네요^^ 쓰지 않는 물건을 다른 사람이 쓰는 게 뭐 큰 문제라고 당황할 것 까지야... 정말 버릴 거면 쓰레기통에 제대로 버리든가...
    참고로 전 다른 사람들한테 물건을 받는 것에 대해서 전혀 거리낌이 없습니다. 인도에서 학위 마치고 귀국하는 친구들에게서 받은 물건이 엄청나게 많아요. 일단 제가 입는 겨울옷의 대부분이 그러하고^^(제게 겨울옷을 남기고 간 친구는 지금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구요), 이 밖에도 지금 살림을 이루고 있는 모든 가구들이 그런 식으로 받은 것들이에요. 냉장고, 철제캐비넷, 서랍장, 화장대, 앉은뱅이 책상, 테이블, 책장, 신발장, 커튼과 이불, 등등 심지어 그릇과 컵까지도요.^^ 궁상이라고 보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수 있겠지만, 물려받은 중고 물건을 쓰든, 새제품을 사서 쓰든 그게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니깐요. 유학생의 삶이라는 게 원래 경제적 풍족함과는 거리가 있는게 당연한 것이고, 고작 요 몇년동안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경제적 활동도 제한된 상황에서 돈지랄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오히려 저에게 이 살림살이들을 준 사람들의 긍정적 '氣'를 받는다고 생각해서 좋아합니다. 지금 부교수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자기가 옛날에 박사논문을 썼던 앉은뱅이 책상을 줬을 때의 설렘과 고마움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가격은 얼마 안하는 물건이었지만, 원래 이런건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거죠.^^
  • 하늘라인 2021/05/30 20:00 #

    저는 중고를 사서 구입하는 것에 크게 거부감이 없고, 물건의 소유에 대해서 큰 욕심이 없어서 말씀하신대로 물려쓰던 남이 안 쓰는 걸 사용하든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인데, 그 당시에는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남의 시선을 조금은 신경을 썼나 봅니다.

    원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오히려 남들 시선 안 쓰며 살게 되더군요.

    늘 남겨주시는 댓글 꼼꼼히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1/05/27 13:2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