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국어공부 3개월차 태국학생의 눈물 차이컬쳐스터디

오늘 저의 지인 태국학생이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 봅니다.
이 학생은 현재 한국의 모대학 어학당에서 3개월째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을 하면 한국어와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한국어는 한국어학당과정에서... 영어는 외국인유학생 친구들이랑 습득을 하고 있습니다.

퇴근을 하고 집에 가는데, 전화가 와서 받아 보니 갑자기 말이 없더군요. 분위기를 보니 펑펑 울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우나고 물어보니, 아주 기초적이고, 간단하고, 본능적이고, 누구나 한번씩은 느껴보는 별 것도 아닌(전 혹시 무슨 큰 일이 있는줄 알았거든요) 일로 울고 있었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먼저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이 글 바로 아래에 있는 태국학생의 고등학교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지난번에 이 태국학생의 고향까지 가서 여행을 함께 다녔었죠. 그 때 하루 여행간다고 하니 저렇게 물병에 츄리닝 차림으로 나왔더군요. (기숙사 생활 하거든요) 한국의 고등학생들을 보니 다들 교복을 입어도 멋쟁이들이고 어떤 여학생들은 치마가 너무 짧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멋을 부리고 하던데요. 저 태국학생은 저렇게 옷을 입고 슬리퍼 끌고 나왔더군요.

각설하구요.

그 지인 태국학생이 운 이유는 대략 이렇습니다. 

"한국어 공부를 하는데,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다. 숙제를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다른 학생들은 다 잘 따라 가는 것 같은데, 나는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한국어 잘 하고 싶은데 한국어 공부가 너무 어렵다" 등등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웃음도 나고 저의 옛생각도 나더군요. 저도 2000년도 중국어 처음 배울던 그 해 가을쯤에 저런 생각과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어학공부 해 보신 분들은 대략 어떤 기분인지 이해를 하실거에요.
고등학교 기숙사 빨래터에서 손빨래를 하는 학생들 모습입니다. 

마침 제가 요가수업이 있어서 대화를 길게 못 하고 반농담으로 "그래 계속 울다가 공부 열심히 해" 라고 전화를 끊었거든요. 요가 마치고 연락을 해 보니 숙제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2000년 9월학기때 중국어학당에서 한학기 수업을 했었는데요. 그 당시에는 정말로 중국어 잘 하는 외국인보면 그렇게 부럽고 미친듯이 중국어 쫌 잘해보고 싶고 그랬었습니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것 같고. 선생님이 하는 말은 잘 들려서 약간 우쭐하다가 밖에 나가서 일반인들이 하는 중국어를 들으면 또 하나도 안 들려서 낙심하고...

그 와중에 저의 중국어를 부러워 하는 또 다른 외국인 유학생도 있고... 지금 생각해보면 제 중국어도 완전 바닥인데 그 서양인유학생 눈에는 제가 엄청 중국어를 잘 하는 것처럼 느꼈는지 "너 처럼만 중국어를 할 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이러고 있었던, 즉 대환장의 시대였습니다. 

다들 그렇게 언어를 배우는거죠. 저는 9월에 학기시작해서 12월인가? HSK 시험을 중국에서 친 걸로 기억하는데 그 해 가을은 분면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즐거운 시절이긴 했는데 당시에는 그 다음해에 취업을 해야해서 심리적으로 부담이 정말 많았습니다. 
학교의 시설물에 페인트칠을 하는 태국학생들입니다. 

저는 나이가 좀 들어서 중국어와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다보니 또래의 20대초중반 학생들이 너무나 부럽더군요. 내일모레 30이라 언어능력이 너무나 절박했었거든요. 그러니까 울지는 않았지만 밤에 가위도 눌리는 그런 나날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중국어를 사용한 20년이래, 최근이 저의 또 하나의 슬럼프기 인 듯 합니다. 중국어가 엄청 퇴보한 것 같고, 내 중국어가 이것밖에 안 되나? 라는 생각이 올해 엄청 들고 있습니다. 

그 태국학생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 저의 이전 학창시절 어학배울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좋더군요(?) 물론 그 태국학생은 심각하겠지만, 멀리 길게 보면 3개월 배웠다고 언어를 잘 할 수 없죠.

3개월 6개월 언어배워서 언어를 잘 했을 것 같았으면 우리나라는 진작에 영어가 공용어가 되었어야죠.

혹시나 어학을 배우려거나 배우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을 드리면, 1년 2년 어학을 배워도 사회나와서 제대로 써 먹지 못 하는 사람도 많고, 지금 저같이 20년이 넘게 사용하고 있음에도 못 한다고 느껴지고 슬럼프가 올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의 학생들은 얼마나 기특합니까? 저렇게 어학이 늘지 않는다고 펑펑 울기도 하고. 모르긴 몰라도 외국에 나가서 어학을 공부하겠다는 학생들 중 80% 정도는 저런 느낌마저도 없이 그냥 지내다가 귀국하는 학생들일건데요.

어학처음 배울때의 그 시절을 즐기세요. 나이가 어느 정도 드니까 그 시절에 하나하나 알아가고 배워가던 그런 즐거움이 사라져가고, 이제는 모르는걸 굳이 알려고 하는 열정도 점점 식어가는 것 같아 '이런게 나이가 드는 거구나' 라는 생각에 약간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지금 어학관련해서 계속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20년을 해도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것이 어학입니다. 기초시절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그 배움의 즐거움을 즐기세요.
 
 

덧글

  • santalinus 2021/05/12 00:05 #

    대환장의 시대.... 저도 여러 번 겪었고, 심지어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앞으로도 평생 겪을 것 같구요. ^^그 태국학생처럼 엉엉 울었던 기억도 선명합니다.ㅋㅋㅋ 그래도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보다도 확실히 습득력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울지 않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일케 전해주셔요.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된다'라구요^^
  • 하늘라인 2021/05/18 23:43 #

    대환장의 시대... 라는 단어를 쓸까 말까 고민을 좀 했었거든요. 언급해 주셔서 감사하구요.

    외국에서 언어 처음 배울때 겪었던 고통이나 괴로움의 시간을 아시는 것 같네요.

    지금은 그것마저도 하나의 좋은 인생추억이시죠?
  • 테디호프 2021/05/13 19:28 #

    러닝 커브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위로해보세요. 어떤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 것은 즐거움, 좌절, 만족 이렇게 3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저 좌절을 견디면서 계속하면 언젠간 잘하게 되더라구요. 좌절을 견디는 힘은 적성, 동기, 자신에 대한 믿음 등등인 것 같습니다. 화이팅~!
  • 하늘라인 2021/05/18 23:45 #

    저 친구한테 그런 이야기도 해 주고 그 러닝 커브 그래프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제가 언어를 가르치면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습니다.

    분명히 언어를 배울때는 정체가 되어 힘든 시기도 있고, 어느 순간에는 확 늘었다는 느낌도 받을 수도 있고, 어떤 날은 포기하고 고향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날 때도 있을거라고.

    그 대신 이 악물고 각오하고 한국와야 한다고는 이야기 했습니다.

    최근에 보니 2개월동안 참 많이 늘었더군요. 공부를 엄청 많이 하거든요. 제가 다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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