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중국장기를 즐기는 회사직원 차이컬쳐

중국계회사라 직원중에 점심시간이나 쉬는시간에 장기를 둡니다. 물론 중국식장기입니다. 중국장기는 한국장기보다는 대체로 기물이 좀 큽니다. 중간에 강이 있고, 일부 기물들의 이동방향이 한국장기와 다릅니다. 

저는 장기를 조금 두는 편입니다. 조심스럽지만, 역대 기록으로 봤을때는 승수가 훨씬 많았습니다. 

아주 어릴때 할아버지에게 장기를 배웠습니다. 시골에서. 그때가 초등학생때인지, 초등학생전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당시 시골에서 친척들이 모이면 모두 저에게 장기를 두자고 했었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인 제가 장기 좀 둔다는 어른들이 도전을 했는데, 대부분 제가 다 이겨 버리니 다들 신기해 하시더군요.
그리고 그 당시에도 한자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는지 기물의 한자를 다 알았습니다. 

그렇게 초등학생시절 장기를 참 많이 두고 승승장구 하던 어느날...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삼촌이 '넌 장기에 특별한 소질이 있다' 우리 동네에 장기쪽으로 실력이 있는 사람이 있으니 한 번 가서 실력검증을 해 봐라' 라고 해서 저녁무렵에 어떤 어른이 있는 곳으로 갔었죠.

결과는 속수무책으로 졌습니다. 당시 어린나이였지만 기존에 두었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레벨의 실력이었습니다. 저도 장기를 두면 노림수, 변칙기술 이런 잡기를 준비했다가 활용하곤 했는데요. 그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속수무책.

참고로 속수무책 이라는 한자를 보면 束手無策 손이 묶여서 아무런 방법이 없다 라는 뜻인데요. 어벤져스의 위도우는 손에 수갑이 채여져도 남자 몇 명은 가볍게 처리를 합니다만...

아무튼 제가 장기에 겸손해지고 약간은 흥미를 잃어 버리게 된 계기가 그 당시 이후였습니다. 그러다 중고등학생이 되고 도시생활에서는 누군가 장기를 둘 일이 없다가 군대에서 말년고참 하나가 저녁 휴식시간에 '장기 좀 두는 사람' 이라고 하길래 제가 손을 들었죠.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그 고참의 기물중 사士(왕 옆에 있는 기물)2기만 잡고, (초반에 진영을 허트리기 위해 졸을 한두개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왕을 잡아 버렸죠. 갑자기 다른 고참들을 부르더니만 "야~~ 신병이 빠져가지고 고참을 이렇게 이겼다" 라고 하길래 순간 엄청 놀랐으나 장난이었더군요. 그 뒤로 그 고참보다 더 실력이 있는 고참 하나가 바로 도전을 했는데 좀 손 쉽게 이겨 버렸습니다. 이 고참이 그 내무반에서 장기 제일 잘 둔다고 했는데 좀 손쉽게 이겨서 소문이 중대장에게까지 났습니다. 

그래서 가끔 근무빠지고 중대장과 장기도 두곤 했습니다. 
요즘 넷플릭스의 Queen's Gambit 이라는 어느 여자 장기천재에 대한 드라마를 보다보니 잠시 저의 장기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사진출처 넷플릭스) 

그러다가 사회초년생때는 인터넷상에서 불특정다수와 온라인에서 장기를 두는 게임이 있었는데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제 인생에서 장기가 사라졌습니다. 

장기가 제 인생에서 사라진 이유는, 살다보니 마음속에 여유가 없더군요. 실제로 여유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인이 되어서 어학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돈을 벌고 하다보니 심리적으로 장기를 두고 있는건 시간낭비를 하는 사치 라는 무의식이 점점 저를 지배했습니다. 
그러다 넷플릭스의 저 장기드라마도 보기 시작했고, 회사직원도 휴식시간에 장기를 두다보니 저의 장기이야기가 떠 오르더군요.

장기 참 좋아했고, 지금도 두기만하면 왠만한 수준의 사람들에게는 지지않을 자신(만)이 있는데, 과거 15년 동안 마음의 여유가 없었네요.
위의 사진은 태국의 어느 휴양지에서 (장기는 아니지만) 장기같은 것을 두는 어느 젊은 남자의 모습입니다. 

중국에서도 대만에서도 길거리에서 장기나 바둑,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저의 중국인직원들은 퇴근하고 마작을 하러 많이 가더군요. 

저는 서울에 올라와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또 중국어/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는 돈을 버는데 도움이 되는 행위만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날때 영화나 미드를 보더라도 한국어자막없이 보다보니 과거에 많이 보았던 영화/드라마의 내용을 전체는 이해를 못 합니다. 영어로 된 영화도 영어자막이나 중국어자막으로 보다보니 아주 깊이 있거나 어려운 내용은 이해를 못 하고 전체 맥락만 보고 넘어가게 되죠.

지금 보고 있는 Queen's Gambit 도 1회를 보고 이해가 안 되어서 다시 한 번 더 봤습니다. 죽기전에 미국영화를 자막없이 혹은 자막으로라도 이해를 할 수 있게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덧글

  • 냥이 2021/03/01 21:21 #

    장기와 체스는 서로 기물이 움직이는 방법이 다른지라 조금 힘드실지도...( 비솝- 대각선으로만 움직인다. 퀸-십자+대각선으로 움직일 수 있다. 폰 - 전진만 가능.)
  • 하늘라인 2021/03/07 01:23 #

    장기든 체스든... 혹은 바둑이든 간에 주위에 함께 둘 사람이 있으면 배울 동기부여가 되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이런걸 함께할 사람들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배울 기회가 없네요.
  • 냥이 2021/03/07 11:59 #

    스마트폰 있으면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서 체스 검색해보세요. 체스 앱이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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