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온지 딱 1년째 소감 그리고 회사건강검진 풍경 외국계기업 태국주재원

이번주 출근을 하니 회사내에 많은 병원차량과 의료인력들이 있더군요. 보니까 회사직원들 건강검진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저도 여기서 보험을 내고 있으니 자격이 되더군요.

오늘로서 여기 태국회사에서 근무를 한지 1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유사한 업종(전자쪽 제조업)의 PM/기술영업/품질 이런 쪽 자리가 있다고 해서 설명을 들어보니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대만에서의 나름 만족스러웠던 생활을 다 포기하고 한 번 도전하러 왔었습니다. 여기 오기 2년전쯤 이미 다른 대만계 태국회사에서 근무를 하려다 많은 부분이 맞지 않아 수습기간에 귀국을 한 경험이 있어서 더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외부테이블도 있고, 검진차량도 있습니다. 검진차량은 X-ray 나 장비가 필요한 검진을 하는 듯 하더군요. 공장의 직원수가 많아서인지 차량도 많고 검진인력도 많고 줄도 길고...

작년 9월 스카웃제의 전화를 받고,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대만에서의 생활이 나쁘지 않고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행복하고 즐거웠거든요. 10월초, 여기 부사장이 마침 대만에 출장을 온다고 해서 면접을 한 번 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부사장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당시 오랜만에 면접을 보러가니 긴장도 되더군요.

거리가 조금 있어서 면접시각보다 훠~~얼씬 일찍 도착했고, 근처 커피숖에서 기다리며 면접때 물어볼만한 내용들을 영어와 중국어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모국어인 한국어로 면접을 봐도 잘 모르는 질문이나 답변하기 어려운 내용은 말이 잘 안 나오고 버벅거리잖아요. 영어와 중국어로 인터뷰를 본다는데, 더 어렵죠.
근데 건강검진하는 의료진이 천막아래에서 검진을 하고 있는 반면, 이런 의료보조기기 파는 업체에서도 나와서 저렇게 제품 홍보를 하는 모습입니다. 여러 다양한 제품들을 놓고 팔고 있더군요. 위의 사진은 아마 일자목/거북목 교정해주는 그런 보조기구 같은데요. 제가 일자목으로 고생을 심하게 했고, 지금 요가/헬스 를 하는 이유중 하나도 일자목으로 어깨, 목 통증이 너무 심해 그걸 완화하려는 목적이었거든요. 요가,스트레칭, 꾸준한 운동을 병행해야지 침, 물리치료, 마사지 만으로는 효과가 없더라구요.

부사장과 면접을 봤습니다. 카페에서 면접을 봤었는데요. 초반 영어로 면접을 보고 난 뒤, "영어로 업무를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으니 지금 부터는 중국어로 우리 회사에 대해 설명을 하겠네" 라고 하면서 중국어로 회사의 히스토리, 업무내용, 장점 등등을 설명을 하더군요. 그런데 느낌이 저의 경력이나 능력을 검증하려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태국와서 근무하면 좋을 것 같다는 면을 자꾸만 부각시키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저를 소개해 줬던 분이 이 부사장님께 '제발 대만가서 그 분 꼭 데리고 와 달라고' 했다더군요. 그러면서 실무능력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던데요.
야시장인줄... 고리 던져 넣는 수대로 상품을 주는 '홍보' 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해서 반창통 하나 받아 왔습니다. 대만야시장에서 이런걸 몇 번 한 '경력자' 인데, 하나도 안 들어가더군요. 두개 걸쳤다고 반창통 주더군요.

그렇게 1차면접이 끝나고 일주일 정도 있으니 회장님 2차면접 보러 태국을 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10월 하순경 또 태국을 다녀 왔었죠. 항공권, 숙박, 차량 모두 제공을 해 준다고 해서 회장님 면접을 봤습니다. 아무래도 더 긴장이 되었죠. 또 업무에 대한 예상질문의 영어/중국어 연습도 좀 하고 이 회사 제품에 대한 공부도 1차면접때 처럼 계속 했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준비한 내용은 시험에 하나도 안 나오더군요)

회장님은 실무선에서 이미 합격을 해 둔 상황이었다고... 그래서 그냥 '와서 이런저런 일을 잘 해 주면 좋겠다' 정도의 덕담만 나누고 면접이 끝났습니다. 얼마뒤 공식적인 합격 통보를 받고 그 쪽 인사팀에서 본격적으로 태국취업비자를 위한 서류들을 요청하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하나도 성공 못 시켰는데, 여기 직원은 3개 던져 2개 성공시킨 상태입니다. 대만야시장에서 이런 놀이 연습이 부족했나 보네요.

회사가 BOI 회사라 BOI 팀에서 무슨무슨 서류를 엄청 요구하고 까다롭게 보더군요. 사람이라는 것이 보통 경력공백... 뭐 직설적으로 말하면 백수 시절도 좀 있는데 그런데 또 하나하나 소명을 하라고 해서 힘들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자국노동시장 보호를 위해 외국인노동자를 데리고 올 때는 엄청 까다롭게 본다고 하더군요. 특히 너무 낮은 직급의 외국인을 고용할 때는 왜 자국인력을 쓰면 안 되는지에 대한 소명도 다 해야 한다고... 또 연봉이 너무 많으면 이 인력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소명도 해야 한다고...

두차례 면접보다 서류준비, 내용증명 하는 것이 더 힘들었습니다. 이 기간이 생각보다 길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면 합격하고 좀 마음 편히 여유를 즐겼으면 좋았을텐데, 서류준비도 있었고, 입사해서 업무를 잘 할 수 있을지, 지금 나의 영어/중국어 능력으로 기존 직원들하고 업무를 할 수 있을지. 태국어를 못 하는데 태국회사에서 근무를 해? 라는 부담감까지 있었습니다. 
오전에는 직원들이 너무 많아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다시 나와 보니 이번에는 소방관련 안전용품 홍보를 하는 업체에서 나와 있더군요. 신제품?소화기 홍보를 하는 걸까요? 저희 회사도 소방관련 훈련을 자주 하고 전담팀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이날 마침 안전교육이 있어서 거길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11월 말에 첫출근을 했는데, 오랜만에 제조업으로 복귀를 하는 거라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나중에 보니 출근하고 한달은 서류등록을 위한 한달이었더군요. 워킹퍼밋부터 이런저런 할 일이 많더라구요. 작년 12월까지는 그냥 회사 분위기 파악하며 왔다갔다 했습니다. 1월부터 본격적인 수습기간에 돌입을 했는데요. 처음에는 6개월 정도 수습기간을 준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조금 더 빨리 실무책임자가 되었습니다. 2월달부터 몇 달간 정말 힘들고 정신 없었습니다. 언어적인 문제, 업무파악 미흡, 마침 고객사 품질이슈 연속발생 등등으로 여기서 버텨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짤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다른 쪽에서는 이런 장비들 홍보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주말에 태국도착해서 월요일인가? 출근을 했었는데요. 당시 처음부터 감기나 식중독, 몸의 이상으로 병원 가느라 결근 같은 걸 하면 나쁜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잘 때 에어컨도 제 방의 에어컨을 틀지 않고 거실의 에어컨을 틀고 잤으며, 한동안은 길거리 음식도 안 먹었었죠. 처음 입사했는데 감기가 걸렸다, 배탈이 났다, 몸이 안 좋다, 이러고 있으면 프로답지 못 하잖아요. 자기관리도 하나의 기술이거든요.

그리고 저는 지금도 회사에는 거의 50분 일찍 도착을 합니다. 제가 팀장이라서가 아니라 이전 팀원일때도 상습적으로 지각하는걸 싫어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출근전 허둥지둥 집을 나서는 것이 싫어서 시간을 충분히 해서 일어납니다. 10분 20분 더 잔다고 피로가 풀리지 않더라구요. 
더미인형에 심폐소생시연도 하게 해 줍니다. 이런 것 좋죠. 명치쪽을 강하게 압박한 뒤 호흡을 하는지 확인하는 실습인데요. 이런 실습은 해 본 것과 안 해 본 것과는 차이가 있어서 꼭 평소 연습을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의무교육에 넣었으면 하는 것이 이런거 하고 응급처치 같은 기술입니다. 

한국에서도 타회사로 이직을 하면 처음엔 좀 힘들죠. 같은 한국이라도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 또 나름 적응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본격적으로 업무를 맡고 9월까지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태국어가 안 되는 문제, 영어로 업무를 하는 한계, 제 팀원의 중국남쪽 중국어사투리를 적응하는데 한 6개월 걸린 것 같구요. 낯선 업무용어들을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숙지도 해야 하고... 업계용어도 다시 배워야 하고... 지난 일년간 하루하루가 새로운 걸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작년 봄 ~ 여름 어느 날. 영어로 말을 하려니까 말이 잘 안 나오더라구요. 대만에 5년 가까이 있으면서 영어 쓸 기회가 없으니 이메일, 문자 보내기 는 그냥저냥 되는데 말을 하려니까 자꾸만 중국어들이 먼저 튀어나오는 문제가 있더군요. 너무 짜증이 났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봄 ~ 여름 사이의 어느날 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결심하고 그 날 부터 한국어싸이트, 한국어매체, 한국어로 관련된 거의 모든 것들을 다 끊었습니다. 만약 하루에 한국어 40%, 중국어 50%, 영어 10% 비율로 '접촉'을 하고 '사용'을 했다고 하면 한국어를 듣거나 보거나 사용하는 40%를 최대한 줄여서 영어에 투자를 했습니다. 

방법은 한국관련 싸이트 모두 접속하지 않고 아침에 눈을 떠서 미드를 들으며 따라하고, 평소에 시간 좀 있으면 시간 때우기용으로 한국싸이트 기웃거리고 한국신문 접속해서 보고 하던 시간에도 오직 미드를 들으며 따라했습니다. 좀 작작하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미친듯 미드를 들으며 따라했습니다. 굳이 문장을 암기하려 하지도 않고 그냥 자막을 보면서 그대로 따라 읽거나 소리듣고 따라 읽었습니다. 머리속에 중국어/한국어가 먼저 튀어나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죽이는 수 밖에 없더군요.
시력검사, 색맹검사도 하고 또 한 쪽에서는 어느 업체에서 나와 안경 맞추라고 상담하고 있더군요. 안경테도 엄청 많이 가져 와서 진열하고 있더라구요.

만약 작년 봄경에 영어로 사고하기 훈련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작년 9월의 스카웃제의를 제가 자신이 없어서 거절했을 수도 있습니다. 수락을 했더라도 영어면접에서 떨어졌을 수도 있구요. 와서보니 영어라도 못 하면 업무가 안 됩니다. 

다행히 작년 봄에 스스로 영어사고 업그레이드 훈련을 거의 매일 미친듯이 했던 관계로 머리속에서 한국어 비중이 많이 낮아지고 영어비중이 제법 올라 왔었죠. 전 그래서 작년에 있었던 주요 기사들을 거의 안 봤습니다. 작년에 대통령이 김정은위원장과 만나 북한도 갔었잖아요. 저는 그 기사, 사진 한 장을 못 봤습니다. 그 당시에는 한국어는 최소한의 필요로만 접촉을 하고 오로지 영어만 접촉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한국어싸이트는 아예 저의 이 차이컬쳐 외에는 열어 보지도 않았었습니다. 
얘도 무슨 안과관련 검사장비 같은데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30살 넘어 중국어/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40중반에 또 태국어를 배워야 하다니... 제가 늘 말씀 드리지만, 언어는 좀 빨리 배우세요. 이왕 배우려면... 외국어를 배우느라 날리는 기회비용이 너무나 많습니다. 한국어로 된 드라마도 보고 싶고, 한국어로 된 노래를 들으면 가사가 귀에 잘 들어와 더 좋음에도 언어연습한다는 미명하에 외국노래만 들어야 하니 이것도 나름 고통이구요. 중화권 영화나 노래는 원래 관심이 있어서 봐도 재밌었고, 영어권 영화나 미드는 원래 좋아했었는데, 태국영화나 드라마는 일단 배우에 대한 배경지식도 없고, 중화권문화에 비해서 관심이 없어서인지 생각보다는 집중이 안 되네요.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어학을 배워서 무언가를 할 계획이 있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때부터 배우시길 바라며, 가끔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분들이 계신데, 언어가 안 되는 상태에서 나가보면 수업료가 많이 듭니다. 수업료라고 하면 학원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수업료. 돈이 너무 많고 왠만한 불편은 돈으로 커버가 된다면 나와도 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언어라도 조금 하고 나와야 합니다. 제가 완곡하게 말을 해서 '조금' 이라고 했지만, 생활중국어, 생활영어 하는 정도로 돈벌이를 하려면 업무나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엄청 힘들겁니다. 그 언어로 일을 할 정도가 되려면 유학생시절 친구들과 몇 마디 나누는 수준이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아무튼 저는 어찌어찌 작년 봄부터 영어준비를 하는 도중에 스카웃제의가 와서 운좋게 지금까지 태국에서 일을 할 수 있었구요. 기회가 지나갈 때 그걸 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셈이죠. 태국도 1년 정도 지나보니 이제 살짝 적응도 되고 낯선 느낌도 이전만큼은 아니고 태국친구들도 하나둘 알게되고 하니 9월전보다는 조금 낫습니다. 이젠 할부로 차도 질러 놓아서 일단 할부금 다 갚을때까지는 여기서 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할부금 다 갚고 더 있을 수 있겠다 싶으면 차를 팔고 딱 지낼 기간 만큼의 할부를 지르는 겁니다. 그래야 딴 생각 하지 않고 근무를 하죠. 아주 가끔은 대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태국생활, 태국회사 1년을 맞이하여 그간의 소회를 풀어 보았습니다. 차 할부 갚을때까지 짤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열심히 하겠습니다. 




덧글

  • motr 2019/11/25 10:01 #

    지난 일년, 우아 고생 많으셨습니다 잘 자리잡으신것 같아서 보기 좋네요!!!!
  • 하늘라인 2019/11/27 00:25 #

    처음엔 맡은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나 혼자만 잘하면 되는 1인업무 형태였으면 그냥 열심히 하는 것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 되는 건데요.

    저는 많은 부서와 많은 직원들과 에이전트, 고개사 들의 업무를 조율하고 어우르는 역활이라 이게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만 성공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서 수많은 변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업무 외적인 요인들도 힘든 부분이 많았구요.

    지.금.까.지.는. 나름 제 자리를 찾아서 일을 하고 있네요.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 곰돌군 2019/11/25 13:39 #

    1년간 수고하셨습니다.

    개인적인 질문인것 같아 좀 그렇지만 연애라던가 가정사 쪽은 이미 따로 결실이 있으신가요?
    해외 쪽만 주로 돌아다니시는것 같아 궁금한 마음에 물어 봅니다. 개인적인 문제라 대답하고
    싶지 않으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 하늘라인 2019/11/27 00:21 #

    정말 감사합니다. 1년 금방 지나가네요.

    연애 가정사에 대해 문의 주셔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아주 만족하고 즐겁게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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