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회사여직원의 차량동승, 지갑소동, 소매치기... 돈 빌려준 이야기 외국계기업 태국주재원

이 글 바로 아래 비오는 날 회사직원 우연히 동승시켜 출근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바로 이 글 아래에 있습니다) 
평소 오가다 얼굴만 조금 알던 직원이었는데, 이 날을 계기로 회사에서 마주치면 간단한 인사를 할 정도는 되었죠. 그런데 그 날 이후 금요일 저녁에 자신을 저의 집 앞까지 태워 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참고로 저의 집 근처에 일요일마다 다니는 대학교가 있고, 그 대학교 주변에 잠을 함께 자는 학교 친구집이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타고 가자고 하고, 금요일 오후에 함께 퇴근을 했죠.

저녁엔 차가 조금 막혀서 대체로 한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또 이 날 빗방울도 조금 내리고 해서 거의 한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네요.
이번주 비 온 뒤 뜬 쌍무지개 입니다. 휴대폰으로 찍어 무지개가 선명하지는 않습니다. 

19:30분경 목적지에 도착을 하고, 저는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가고 저 직원은 다시 자기 친구집으로 간다며 버스를 타러 갔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평화롭고 순조로운 저녁퇴근길이었습니다. 

참고로 저 직원이 토요일 오전일찍 친구들이랑 방콕의 어느 섬으로 여행을 간다고 저렇게 큰 가방을 매고 가는 길이었습니다. 방콕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탄다고 하더군요. 4일의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 잘 다녀 오라고 하고 헤어졌는데...

운동을 마치고 9시가 좀 넘어 휴대폰을 보니 저 직원으로 부터 메세지가 하나 와 있더군요. 회사에 지갑을 놔 두고 왔는데, 거기 신분증과 돈이 있어서 다시 간다고...
그러면서 사무실에서 지갑 찾았다고 또 저렇게 보내왔더군요. 회사에서 저의 집까지 거리가 아주 멀지는 않지만 그래도 차가 막히고 하면 기본적으로 한시간 이상은 걸리며 대중교통으로 이동을 해 보지 않았지만 시간이 엄청 걸릴 것 같습니다. 대략 보니 2시간여만에 회사 도착해서 지갑을 찾은 듯 하더군요.

자기딴에는 제 차를 타고 조금 편하게 여기로 이동을 하려고 한 듯 한데, 지갑 두고 와서 다시 그 거리를 갔다가 다시 또 돌아오는... 아무튼 밤10시가 넘었는데, 아직 버스에서 이동을 하고 있더라구요.

뭐 여기까지는 본인이 부주의해서 개인소지품 제대로 챙기지 않았으니 거기에 대한 인생수업료라고 생각하고는 슬슬 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 사진과 함께 라인으로 'Don't have money' 라고 보내왔더라구요. 참고로 이 직원이 영어를 거의 못 해서 라인으로 대화를 해도 보내오는 영어가 좀 이상해서 이해를 못 할 때가 많습니다. '돈이 없다' 대충 눈치를 보니 돈을 잃어 버린 듯 하더군요. 제가 '소매치기를 당했냐?' 라고 물어보니 'It's lose' 라고 답변이 왔더군요.

영어가 이상해서 정확히 이해가 힘들었지만, '2000밧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소매치기 라고 직감을 하고 영상통화를 했죠. 사실 영어가 안 통하는 직원들하고는 영상통화나 전화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장을 보내면 이해를 조금은 하는데, 말은 통하지가 않죠.

그럼에도 걱정이 되어서 영상통화를 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버스 안에서 눈물 닦고 울고 있더군요.

참고로 이 직원은 21살이고 회사 다니며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물어보니 여행경비로 2000밧을 2달 동안 모았다.(I plan to travel and collect money for two months) 딱 이렇게 라인으로 보내 왔습니다. 

태국의 평균임금은 아직 한국에 비하면 많이 낮습니다. 이 정도 직원은 정말 많이 받아야 10,000밧(350,000원) 정도 될 거에요. 나이가 어려서 10,000밧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우리회사 저 정도 급의 월급명세서를 직접 봐서 알거든요.  그리고 대략적인 태국인 월급은 인터넷에서 잘 나와 있죠.

10,000밧에 2,000밧 이면 월급의 20%를 소매치기 당했다는 건데요.
저는 이 직원을 월요일 출근길에 얼떨결에 태워서 회사에 출근하고, 딱 이틀 이야기를 나눠 본 관계인데 월급 10,000밧 안 되는 직원이 2,000밧(70,000원) 잃어 버려서 여행을 못 간다고 우는 걸 보니 또 너무 안쓰럽더라구요.

여기 10,000밧 정도 받는 태국직원들 평소 생활모습보면 좀 많이 안쓰럽긴 합니다.(그런 생각 안 하려고 노력합니다만...)
저랑 자주 연락하는 직원은 큰 바구니의 일주일치 빨래를 손빨래 하거든요. 제가 공용세탁기 사용하면 안 되냐 해도 왜 그런데 돈을 쓰냐? 라고 하니까요. 공용세탁기 1회 사용요금이 40밧 안 쪽임에도 그렇습니다. 

다음날 아침일찍 공항에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데, 여행경비 2,000밧이 없어서 여행 못 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안 도와 줄 수도 없고 해서 2,000밧 계좌이체로 빌려 줬습니다. 자기 말로는 7월 월급 받으면 갚겠다고 하는데, 갚는지는 한 번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저 한테 한국돈 7만원과 저 직원이 느끼는 7만원은 엄청 다르게 느껴질 것 같거든요.

오늘 여행지에 잘 도착했다면서 저렇게 사진을 보내 왔더라구요.

활달하고 잘 웃고 씩씩한 것 같아서 2번 이야기를 나누면서 긍정적인 느낌을 받은 직원이었는데, 소매치기 당해서 버스에서 눈물 닦고 있는 모습보니 참 아직은 21살 이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태국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는 회전초밥 식당인데요. 여기 회전초밥체인점이 대만의 Sushi Express 입니다. 저의 집 바로 앞에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서 먹습니다. 업무스트레스, 생활스트레스가 조금 있어서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는 좀 이런 사치를 합니다. 그럼에도 15접시 하면 대략 500밧이 안 나오거든요. 한 접시에 30밧이니까요. 

일주일에 한 두 번 500밧 회전초밥, 일주일에 두세번 600밧 이상의 두리안을 먹는 편인데요.

가만히 생각을 해 보면 우리 태국직원들 중 직급이 가장 낮은 등급은 일당이 300밧 전후입니다. 300밧도 거의 12시간 가까이 일을 해야 벌 수 있는 돈이거든요.

중국 가난한 시절에 중국에서도 지내보고, 지금은 태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이런 임금격차의 현상들을 보면 어쨌거나 전 형편이 아주 많이 나은 편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하게 삶을 살게 됩니다. 차이컬쳐에서 수차례 언급을 했지만, 전 중국가서 생활한 경험으로 인해 삶을 살아 감에 있어서  불평불만만 하지 않고 늘 감사하게 인생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 때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바닥을 쳤을때도, 수중에 돈 몇 만원 없어서 사람 만나기 싫어 늘 집에서만 생활하던 시기에도 비관만 하지 않고 재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어쩌면 이런 경험들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쩌다 보니 회사에서 이동할 때 이런 고급형 렉서스를 제공해 주는 회사에 다닐 수 있게 되었지만, 이렇게 재기하기 위해서 어려울 때 공부를 좀 많이 했었습니다. 영어/중국어/독서 를 좀 꾸준히 했습니다. 그리고 운동을 하면서 몸 관리를 꾸준히 했구요. 집에만 있다보니 우울증이 오는 것 같아서 가급적이면 야외를 나가서 '걷기/산책'을 많이 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에서 오는 우울증은 겪어 보지 않으신 분들은 모르실 거에요.

제가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오늘 한국기사를 보니까 영화배우 전미선씨가 우울증으로 자살을 했다는 기사가 있더라구요. 그 분 작품은 살인의 추억 하나만 봤지만 평소 이미지가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오래 연기하실 것 같았는데 기사를 보니까 마음이 참 안 좋더군요.

갑자기 경제적 어려운 이야기 나오니 이전 생각이 나서 약간 이야기가 흘렀습니다. 
그 직원이 보내준 섬바다 사진입니다. 

저 직원은 두 번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시종 많이 웃더라구요. 반면 저는 일주일내내 크게 웃을 일이 없습니다. 혼자 태국에 살다보니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고, 조금 친한 회사직원은 있지만 또 제가 태국어를 못 하고 그 직원은 영어가 거의 안 되어서 깊이 있는 대화도 안 되고...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직원들은 또 저와 업무적으로 엮어 있는 관계들이라 업무 마치면 절대 연락을 잘 안하게 되구요.

그러다보니 태국에 온지 7개월동안 즐겁게 웃어 본 기억이 없네요. 또 늘 업무스트레스로 밤에 잠을 못 들거나 중간에 깨면 다시 못 자거나 아니면 일찍 일어나거나, 휴일임에도 꼭 6시 이전에 눈이 떠진다든지... 등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조금 있어서 그걸 없애려고 운동을 좀 꾸준히 하는 편이구요. 운동 안 했으면 벌써 짐싸서 대만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그러다보니 월급이 훨씬 많은 제가 더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비록 두 번 이야기를 나눴지만) 늘 즐겁게 웃으면서 생활하는 저 직원이 더 행복한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인생을 그렇게 살아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힘들었던 과거를 지금은 그걸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건, 지금은 그나마 그 때 보다는 나아져서 이거든요. 지금도 똑같은 경제적 상황이었다면 그건 추억이 아니라 우울이겠죠.

 경제적인 바닥을 쳐서 인생이 정말정말 우울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을때는...

무언가라도 배우고 공부를 해 보세요.

전 힘들거나 위기라고 생각될 때는 영어/중국어를 계속 공부했습니다. 특히 작년 봄부터 미친듯이 영어를 공부했거든요.(작년에 미친듯 영어공부 한 방법은 다음에 소개를 해 보겠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의 회사에 스카웃제의가 들어 왔을때 영어인터뷰와 중국어인터뷰를 다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준비를 하고 있어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거죠. 

그리고 독서... 힘들고 괴로우면 '술 한잔 하자' '끊었던 담배를 다시 핀다' 라는 분들 많으시죠? 저의 아버지도 인생을 술, 담배에 의존해 살다가 지금 그거 끊는다고 엄청 고생하고 계십니다. 70이신데요. 최근에는 

'과거 젊었을때 술에만 빠져서 더 좋은 인생경험을 못 했는지 후회스럽다' 라고 하시던데요. 어느 정도였냐면 치과치료를 해야 할 정도인데, 발치를 하면 치료기간 동안 술을 못 마실까봐 치과치료를 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술때문에 다른 기회를 많이 날리셨고, 그걸 이제 후회하셔서 요즘엔 계속 여행다니십니다.

제 경험상 힘들거나 어려울때 술 마신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술 깨고 다음날이면 그 현실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차라리 독서가 도움이 됩니다. 나보다 더 똑똑하고 현명하고 지적인 사람들의 지식을 계속 받아들이다 보면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는 지혜가 생깁니다.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도 중요합니다. 몸이 잘 세워지면 자신감도 생기고 대인관계도 좋아지구요.

비싼 여행으로 기분전환 하는 것도 좋지만, 많이 걸으면서 주변 풍경을 보는 그런 여행도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기분전환 입니다. 차이컬쳐의 많은 글 소재들이 주변을 걸으며 작은 풍경들을 보면서 느낀 것들이거든요.

어제밤 두 달 동안 여행가려고 모은 2,000밧(7만원) 소매치기 당했다고 영상통화하면서 울고 있던 저 직원을 보고 나니 오늘 하루종일 마음이 참 안쓰러웠는데, 영화배우 전미선씨께서 우울증으로 삶을 마감했다는 기사까지 보니 오늘 글이 다소 두서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저의 경험을 통해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려고 주저리주저리 적어 보았습니다.

 

덧글

  • 명품추리닝 2019/06/30 10:12 #

    좋은 일 하셨네요.
    그 직원분도 두고두고 고마워할 것 같습니다.
  • 하늘라인 2019/07/01 23:42 #

    두 달 돈 모아서 7만원 여행경비를 마련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차마 안 도와 줄 수가 없더라구요.

    즐거운 여행, 좋은 추억 남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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