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아침, 회사직원과 우연한 카풀, 그리고 지각 외국계기업 태국주재원

지각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는 대체로 지각 하는 것을 싫어하고, 또 아침에 출근시간 거의 맞추어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는 것을 싫어 하는 편이라 평소에 회사에는 40분에서 50분 정도 일찍 도착을 합니다. 도로가 좀 막히거나 통상적인 돌발상황이 발생을 해도 30분전에는 회사에 도착할 수 있도록 집에서 떠나는 시간을 배정합니다. 이는 출근뿐 아니라 왠만한 약속에서도 대체로 지키려고 하는 편입니다. 

저의 아침 기상에 대한 지론은...

아침에 10분, 20분 더 잔다고 해서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알람은 울리면 바로 일어난다.

여서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여유롭게 출근하는 걸 선호하는데요. 이 날은 월요일아침, 출근시간대에 비가 내려 일단 저의 기사분이 정해진 시간보다 20분 넘게 지각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평소에 10~20분 기사분이 지각 할 수 있을것도 감안해서 훨씬 일찍 출발하니까 문제가 없는데, 이 날은 비가 와서 도로가 극심한 정체가 되니 어쩔 수 없더군요.

이 날은 집 앞의 차들이 저렇게 움직이질 않을 정도로 차가 많이 막히더군요. 보통은 저의 집 로비앞에서 차를 타는데, 이 날은 너무 급해서 기사분께서 저의 콘도 안으로 들어오는 시간이라도 좀 줄여보자는 급한 마음에 대로변에 나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태국에 사시는 분들은 대체로 공감하시겠지만, 여기는 도시전체가 배수가 잘 안 되는 분위기입니다. 비가 조금만 오면 도로에 깊은 물이 고이는 곳이 정말 많아서 걸어다닐 땐 두 발이 물 속에 담겨질 위험이 많습니다. 아주 많습니다. 

이 날도 도로 전체가 물난리더군요.

뭐 그렇게 저의 기사분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저를 아는척을 하더라구요. 자세히 보니 저의 회사 근무복을 입고 우산을 쓰고 제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더라구요. 첫번째 사진에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여자분 보이시죠? 바로 그 여직원입니다. 전 기다리다 사진 한 장 남겨 놓자 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사진에 그 여직원이 찍혔더군요.
그 여직원이 영어를 전혀 못 하고, 저는 태국어를 전혀 못 하고... 그 여직원은 평소 회사내에서 오가다가 안면만 조금 있었지, 이야기를 해 본 적도 없는 그런 여직원이었거든요. 어차피 그 시간에 회사근무복을 입고 버스정류장에 있으니 출근을 하는 중이라는 건 알겠고 해서 제 차에 태웠습니다. 처음엔 사양을 하던데... 그 시간에 버스를 기다리고 타고 가면 점심시간이나 도착을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과장입니다)

처음엔 좀 살짝 놀랐죠.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저의 회사직원이 거의 없는 곳입니다. 회사 직원들 중에서 제가 어쩌면 가장 먼 거리에서 출퇴근 하는 사람일 것 같거든요. 그리고 저 여직원처럼 아주 어리고 사원급의 직원들은 대체로 회사 주변의 숙소에서 생활을 합니다. 교통편이 마땅치가 않으니까요.

아무튼 차를 태운 뒤 신발을 보니 흠뻑 젖었더군요. 바지도 저렇게 접어 올렸습니다. 아래 그 여직원이 저에게 보내 준 영상을 보니까...


여기 횡단보도를 건넜다고 하더군요. 태국은 비가 조금만 와도 이렇게 물이 고이는 곳이 정말 많습니다. 

아침에 신발 양말 물에 침수되고 바지 젖으면, 정말 회사 가기 싫죠. 젖은 청바지 몸에 딱 달라 붙고 꿉꿉하면, 이런 날 굳이 회사를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개인차량을 타고 이동을 함에도 살짝... '오늘 같은 날은 집에서 이불 속에 누워 있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출근길에 보니
버스가 빨리 오지 않아, 만원 버스에 끼여 출근하는 사람들, 저런 물 속을 걸어가는 사람들... 이륜차를 타고 가는데, 저렇게 홍수난 곳을 지나는 사람들...

아비규환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평소 40분~50분 전에 회사 도착하는 시간으로 출근을 했음에도, 기사분 지각. 도로마비 되니까 어쩔 수 없더군요. 20분 지각.

그 여직원과 언어는 잘 안 통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왔죠. 전 이제 7개월 차인데, 이 여직원은 졸업하고 저의 회사에 온지 5개월차 이더군요. 완전 신입... 일요일에는 저의 집 근처에 있는 대학교를 다닌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요일은 학교수업을 듣고, 보통은 친구집에서 1박을 한 뒤 월요일 회사출근을 한다고 하네요.

평소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는 직원이라 늘 긴장하는 모습만 보았는데, 상당히 활달하더군요. 자신의 휴대폰의 이런저런 여행사진도 보여주고, 얼마전에 제가 산 종이카메라로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함께 사진도 찍고 하면서...

침묵에서 오는 어색함을 없애려 노력했습니다. 사실 영어/태국어가 서로 안 되니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침묵이 흐르는 어색한 시간이 많아 지더군요.
지난번 종이카메라(이 글 아래 아래 구입기가 있습니다)의 흑백기능으로 그 여직원이 찍어 준 사진입니다.

이날 저의 기사분과 출근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 비가 내리면 10분 일찍 도착. 그리고 절대로 픽업시간에 늦지말 것.
그동안 기사분이 5분~10분 늦는 경우가 있었습니다만, 그런걸 감안하고 충분히 일찍 출발하니까 문제가 없었는데, 이 날은 정말 불가항력적이었습니다.

오늘 태국에 오래 산 직원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태국 비오는 날은 교통마비 뿐만 아니라 택시비든 뭐든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어 오른다고 하더군요.  이 글 보시는 분들 중에 태국에 계셔 본 분들은 교통마비에 대해 대충 느낌이 오실 것 같습니다.


덧글

  • Gull_river 2019/06/26 11:43 #

    저렇게 치수가 안되면, 전봇대에서 누전이 되는 순간...
    우리나라에 몇년 전에 저런 사고가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ㅠㅠ
  • 하늘라인 2019/06/30 02:46 #

    이전 초등학교때 담임선생님이 저렇게 침수가 된 지역을 지날때 전봇대 지지해 둔 철구조물 잡지 말라고 하시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면서 부산의 감전동 이야기도 하셨구요.

    또, 부산의 어느 다리 부근을 지나던 여학생이 가로등 누전으로 사망했던 사건도 기억이 나구요. 아주 이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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