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중원절 공양음식에서 본 생닭. 대만 그리고 타이베이

그저께 음력으로 중원절中元節이라고 해서 집 주변의 상점들이 이런저런 신에게 바치는 공양상을 준비하더라구요.

대만에서는 음력으로 특정날이거나, 개업을 하거나, 신년 첫 근무를 하거나 이런저런 날들에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공양상을 봤지만 생닭(한 번 삶은 것 같다는 반응이어서 수정합니다.)닭에다가 향을 꽂아 놓은 건 처음 봤네요.
여기는 닭머리를 자르지 않으니까 더 낯설어 보이는데요. 다른 음식들이야 의식을 마치면 먹는다고 하지만 저 생닭은 저렇게 외부에 놓아두었다가 다시 요리를 해 먹을까 생각이 듭니다. 

서양사람들이 우리나라 공양상에 돼지머리 올려놓고 돈 꽂아 놓은 모습보면 더 신기하게 생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공양상에 올린 돼지머리는 나중에 먹을까요?
집을 나서는데 맞은편 집의 어르신이 돈을 태우는 모습도 보이고...
제가 가끔 가는 집 앞 치과에서도 저렇게 공양상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모두 그저께 오후의 모습들이네요. 붉은색 돈 태우는 통은 어딜가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전 한국직장 중 한 곳에서도 책상 곳곳에 부적을 붙여 놓더군요. 대만회사도 보니까 책상에 부적을 붙여 놓은 곳이 있구요.

이렇게 건물에도 부적을 붙여 놓는 곳들이 있습니다. 목적은 악귀를 쫓는 건데요.

이 모든 것들이 신神, 영혼이 있다는 믿음이죠. 지금이 9월달이지만 음력으로는 아직 7월이거든요. 이번달까지는 가급적이면 물놀이나 집을 멀리 떠나는 여행을 하면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 주변 대만지인들 중에서요) 

그럼에도 현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적인 생활패턴으로 사는 모습인데요. 간혹 이런 미신을 지나치게 믿는 사람들이 있죠.
저의 할머니도 이런저런 귀신관련 미신을 참 많이 믿으신 분이셨거든요.

밤에 휘파람 소리 내면 귀신이 온다. 
문지방을 밟지 마라.
베개 세우지 마라.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베개 세운다고 지적을 많이 당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늘, 조상신관련 이런저런 미신을 많이 믿으셨던 할머니신데요.

30년전의 할머니 말씀대로 생활한다고 하면 좀 많이 불편할 듯 싶네요. 

무튼 저의 대만지인들 중에는 지금 음력7월에는 집을 멀리 떠나지도 말고, 특히 물놀이도 하면 안 된다 라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회사에서 출장이 잡히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은 해 보네요.
이런저런 악귀를 막는 퇴마용품들을 사용하는 대만이지만... 악귀는 모르겠고, 다행히 도둑은 확실히 중국본토보다 없는 것 같아 좋습니다.  중국본토에서는 퇴마용품보다는 방범용품이 더 필요합니다. 기억하세요.

전 이런 부적이나 저런 팔각거울 보면 강시하고 천녀유혼이 생각납니다. 지금 세대들은 강시영화를 많이 못 보셨겠지만, 제가 어릴땐 강시영화시리즈로 즐겨 봤었거든요. 어쨌거나 귀신, 영혼은 믿지 않지만, 그런류의 영화나 이야기는 참 좋아합니다. 

말이 나온김에 중원절이라고...
편의점 등에서도 광고를 하는 모습입니다. 모편의점 광고에서는

귀신에게 드릴 공양음식들은 반드시 모모편의점에서 구입하라고 귀신이 직접 지정을 해 주는 코믹한 광고도 하더군요.
마침 대만에서 대히트를 친 도깨비가 중원절 귀신컨셉에 맞아서인지 도깨비 컨셉으로 중원절 광고를 하는 모습입니다.
귀신이 직접 공양음식의 구매처를 지정해 주는 편의점광고라... 한국에서는 이런 음력절기를 지내지 않으니 쉽게 볼 수 없는 광고이고 문화죠? 그 와중에 공양음식도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買1送1 행사를 하네요.

귀신제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곧 추석이죠. 어차피 귀신, 영혼한테 밥 한 번 주는건데 살아있는 사람들이 즐겁게 즐겁게 즐기며 모여서 즐기는 문화가 되면 좋겠어요. 이미 죽은 귀신, 영혼에게 식사 한 끼 대접하는 행위인데 왜 그렇게 살아있는 사람들이 힘들어야 하는지... 그냥 편하게 음식준비해서 그걸 살아있는 사람끼리 얼굴마주보고 즐겁게 나눠 먹으면 되는 좋은 취지의 명절인데, 명절만 지나면 싸우는 가족들은 왜 그렇게 많은건지...

제사에 참 엄격하셨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언젠가는 제사의 주도권이 저에게 오겠지만... 저의 집 제사는 아마 최대한 간소하게 돌아가신 분을 회상하는 의미있는 자리로 바뀔 것 같습니다. 

덧글

  • 2017/09/07 12:3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9/08 11:1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포스21 2017/09/07 16:41 # 답글

    후후 재밌군요. 미신 같기도 하지만 일종의 전통 문화라고 보면 나름 의미가 있을듯 합니다.
  • 하늘라인 2017/09/08 11:18 #

    전 외국인의 시각이라 더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이런 다양한 문화를 구경하고 체험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 2017/09/08 10: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9/08 11: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째째한 북극의눈물 2017/09/10 02:04 # 답글

    우리나라에서는 백중이라고 더 알려진 날이죠. 목련존자가 지옥(아마 밥을 못 먹는 아귀지옥일 겁니다)에서 고통받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 부처님께 청원드렸다는 일화를 계기로, 불교에서는 스님들의 하안거가 끝나는 음력 7월15일 백중날에 스님들께 공양하고 돌아가신 조상님의 천도제를 지내면 조상들이 다 극락왕생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대만 사람들은 저렇게 아귀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위해 먹을 걸 내놓는군요.
  • 하늘라인 2017/09/10 22:46 #

    이런 종교적 이야기 재밌습니다.

    종종 올려주세요. 천녀유혼이나 강시시리즈 이런 중국의 고대귀신관련 이야기들 엄청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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