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고 자전거다운힐, 부제 '여직원일병 구하기' 대만 그리고 타이베이

평소 운동을 좋아하고,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성향인데, 지난 겨울 운동도 하지 않고 너무 푹 쉬었다는 생각에 사무실 직원들과 자전거등산+자전거다운힐 을 하기로 하고 지난 일요일 출발했다. 

목적지까지 스트라이다는 가방에 넣어 갔다. 참고로 타이베이지하철 1호선의 경우에는 접이식 자전거만 태울 수 있는데 그 나마도 저렇게 가방이나 비닐에 넣어야 승차할 수 있다.
미리 예약을 해 두었던 산근처 자전거대여점에 가서 자전거도 대여하고, 내 자전거에 오랜만에 타이어 공기도 넣었다. 

원래 3명이 더 참가하기로 했으나, 1명은 당일 아침 몸상태가 안 좋다고 해서 2명이 더 참가해서 나 포함 총 3명이 출발했다.
태양도 뜨겁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서 인지 기분 좋은 모습이었다. 이렇게 '평지'인 길을 따라 산입구까지 갔다.

휴일 오전 자전거를 타는 건 참 기분이 좋은 것이다.
나는 자전거등산/다운힐을 자주 했었고, 이 코스도 아주 자주 올라간 곳이라 목적지까지 2시간이면 올라갈 수 있을거라 예상을 했다. 사실 나는 1시간이면 가지만, 저 남자직원과 여자직원은 처음이라 2시간 목표를 하고 오르기 시작했다.

산입구까지는 모두 다운힐 기대에, 즐거워 하는 모습이었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일까???  채 10분도 안 올라 간 것 같은데, 저기 두 사람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힘들어 하는 것이다. 다음에 누군가가 위의 사진 이 지점을 눈여겨서 보면 알 것이다. 딱 10분 정도 걸어 온 지점이다.

저 둘 다 힘들어 했지만, 저 남자직원은 오히려 자전거를 양 쪽에 잡고 올라가면 더 쉬울 것 같다면서 여직원을 도와주는 모습이다. 아마 여직원을 도와주고 싶은 기사도정신을 발휘하고 싶었나 보다.  그러면서 더 씩씩하게 빨리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 두사람 힘들어서 녹초가 되었다며 쉬고 있는 모습이다.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전체 코스의 길이를 알고 있는 나는...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많고, 경사도 더 가파라 지는데... 차마 그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직원들 상대로 사.기.를. 치기로 한다. 

"자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저기 조금만 올라가면 됩니다"

15분 걸어올라 왔는데, 거의 다 올라 왔다는 그런 '대직원상대사기꾼...'
조금 쉬었다고 다시 힘이 난다면서 즐거운 표정으로 인증샷을 찍고 있는 저 여직원...(내 팀원이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사기 친 김에 계속 사기치자...

"이제 조금만 더 걸어 올라가면 되니까 이렇게 기운내서 즐겁게 올라가요"
마라톤이나 등산을 할 때는 '오버페이스'를 하면 안 된다. 마라톤도 보면 '페이스조절' 해 주는 사람이 초반에 너무 오버하지 않도록 조절해 주거든. 

갑자기 쉬어서 힘이 났는지 흥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보이지도 않게 나보다 더 빠르게 올라간다. 저러다 또 지쳐 쓰러질텐데...
결국 또 지쳐 쓰러졌다. 넋이 나간 표정이다. 

이제 더 이상 못 올라 가겠다고 한다. 목표지점까지 아직 1/3도 안 왔고, 순수하게 걸은 시간은 20분 조금 넘게 지난 듯 하다. 

그래도 어찌어찌 또 걸어올라 갔다.
또 어느 정도 쉬고 났더니 기운을 차렸는지 벽화를 보고는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왜 저렇게 신나하는 것일까? 아마도 내가 '이미 이 지점에서 (아직 조금 더 가야하지만) 이제 정말 거의 다 왔고 저기 보이는 언덕 모퉁이만 돌면 목적지 이다' 라고 말해서 그런 것이다. 정작 힘든 코스는 저 위에 있는데... 진실을 말해주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내일 출근해서 나를 안 볼 것 같아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 했다.
내가 찍은 사진의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든다고... 키가 작게 나왔다나 뭐래나... 다른 직원에게 자기 휴대폰으로 찍어달라고 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사진을 찍어 줬는데...  이렇게 찍으면 키가 안 커 보인다고... 억지로 강제로 다시...
이 위치에서 이 앵글로 이렇게 찍어야 키가 커 보인다고 했다...

저 이후로 약 10분간 키를 커 보이게 하는 사진찍기강의를 강제로 들어야만 했다. 등산보다 더 힘들었....
아무튼 그렇게 올라가다가 목표지점 10% 정도를 남긴 곳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비가 많이 내릴 것 같아 목표했던 지점에서 목표했던 방향으로 다운힐 하는 건 무리일 것 같아, 올라갔던 길로 아쉽지만 다시 내려왔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갔지만, 내려 오는 건 정말 금방이다. 그 와중에 내려가다가 내 팀원 여직원은 미끄러져 넘어져서 멍들고 까지고 타박상까지...  

올라가다가 힘들어 거의 기절한 걸 겨우겨우 살려서 내려오게 했는데, 넘어지고 비 쫄딱 맞고... 내가 주도한 모임이라 내 팀원이 무서워서 그날 오후내내 눈도 못 마주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해 그 이후로는 자전거반납하는 곳의 사진 밖에 없다. 간만에 비를 쫄딱 맞았다. 

저 여직원은 그 다음날 출근해서 하루종일 나를 쬐려보고 있었고, 심지어는 책상위치도 나로부터 가장 먼 곳으로 놓겠다고 하고, 세상에 살면서 이렇게 힘든 자전거타기는 처음이었다고 하고...

암튼 나도 이건 내가 주말 등산을 한 건지 '여직원일병 구하기' 를 한 건지 모를 하루였다.
지난 주말 직장동료들과 자전거를 타고 왔습니다. 저도 간만에 자전거를 타서 재밌더군요. 저는 혼자 저 등산코스도 자전거 끌고 많이 올라가봐서 인지 오랜만에 갔어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요. 아무래도 평소 운동을 안 하시는 분들에게는 등산이 힘들 수 있죠. 

조금 힘들긴 해도 자전거등산+자전거다운힐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남자직원도 중간에 비만 내리지 않았으면 다운힐이 더 재밌었을것 같다고 하더군요. 노면이 너무 미끄러워 속도를 못 냈거든요.

지난주를 계기로 다시 운동본능을 깨워 보아야 겠습니다.  모두 생활운동 열심히 하셔서 기초체력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 본 내용은 재미를 위해 각색, 과장하여 글을 썼습니다. 

덧글

  • santalinus 2017/06/15 00:09 # 답글

    강제로 가는 게 아니라는 가정하에, 참 즐거워 보입니다. ^^ 전 예전에 직장다닐 때 주말등산 강요당해서 직장 관뒀었거든요.
  • 하늘라인 2017/06/15 00:55 #

    저희가 이런 쪽 상품개발 관련 일을 하고 있어서 사전조사 체험 겸 해서 간 것이었습니다.

    여자고객들이 이런 등산을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체험을 해 보기 위해 간 거였는데... 일단 여자분들은 싫어할 거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참고로 전 퇴근 후나 주말에 회사 직원(상사)에게서 연락 받는 것도, 연락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필요 없으면 괜히 안부연락도 하지 않습니다.
  • santalinus 2017/06/15 08:11 #

    ㅋㅋㅋㅋ멋지십니다!^^개인적으로 등산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직장 상사 비위 맞추면서 원치 않는 타이밍에 가는 게 고역이었습니다... 확실히 근무시간 외에 직장상사에게 전화받는 것처럼 성가신 일도 없죠...
  • 하늘라인 2017/06/15 13:43 #

    직장 생활의 큰 어려움 중 하나죠. 업무외적으로 상사 매니저 비위 맞추기. 전 술마시는 것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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