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제천에서 대구까지 무전여행 5편 걸어서 제천에서 대구까지

이 이야기는 1편부터 보시면 더 재밌습니다.

오늘은 5일차 이다. 비가 내려서 몸이 더 무거웠다. 하지만 풍경은 정말 멋졌다.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비를 맞고 걷다 보니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슬슬들고, 포기하고 부산가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했으며, 비오고 추우니까 따뜻한 집 생각이 더 났다. 이 날은 정말 돌아가고 싶었다. 12시가 넘어서 부터는 몸도 너무 지치고 신발과 양말이 물에 젖어 발가락과 발이 퉁퉁 불어 터졌다.

비가 내리고 안개도 껴서 사진처럼 밝은색 수건을 바깥쪽에 들고 걸었다. 비록 차를 마주하고 걷지만 차가 나를 못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었으면 작은 경고등 하나 달고 다녔을 텐데... 저 때는 그런 생각을 못 하던 시절이었다. 사진 뒤로 짐을 머리에 이고 계시는 할머니가 인상적이다.

온 몸이 비에 흠뻑 젖어 지금 쉬고 있는게 쉬는 게 아닌 상태였다. 배낭이 젖어서 사진에 잘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유행했던 '노티카' 브랜드 바람막이를 배낭에 씌우고 걸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 노티카 바람막이 정말 잘 입고 다녔는데, 지금도 어딘가 있을 지도 모른다.  저 당시 노티카 좀 비쌌던 것 같은데...

오리를 저렇게 내 놓고 키우고 있다. 이 날은 정말 진심으로 몸이 너무 안 좋았다. 5일째라 이제 피로도 쌓였고, 먹는 것도 부실해서 계속 허기졌다. 지금이야 등산간다고 하면 고칼로리 음식 이것저것 챙기고 당분챙기려고 쵸코렛바도 몇 개씩 넣어 다니지만, 저 때는 정말 가난하게 무전여행 하던 때라, 정말 배가 고팠다. 안동하회마을에서 헛제삿밥 한 번 사 먹은 것이 돈 주고 사 먹은 유일한 식사였으니...

이 날 드디어 해가 지려고 할 때쯤 아래 사진속 군위휴게소 를 만나게 된다.


기억하기로 내가 걷던 국도와 저 군위휴게소가 있는 중앙고속도로 가 눈으로 보이는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난 냉큼 그 공간을 가로질러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왔다. 일단 배가 너무 고파 관광버스를 찾아가 먹을 것을 나눠 달라고 했는데....  저녁 시간이라 차에 음식이 없다고 했다.  알겠다고 하고 휴게소 건물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 오는데, 비에 쫄딱 젖어 고개 숙이고 오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는지, 한 아주머니가 "나도 너 만한 아들이 있는데, 얼마나 배가 고프겠냐" 고 하시면 밥 사먹으라고 돈을 주셨다. 얼마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거듭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그 돈을 받았다.

저 당시 저 중앙고속도로가 생긴지가 얼마 안 되어서 인지, 저녁이 되자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한 컷 셀카를 찍었다.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매점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거기 여자직원분들에게 가서 혹시 휴게소 내에 노숙을 할 곳을 알려 줄 수 있냐고 하자, 한 여자직원분이 복도 구석을 안내해 주었다. 난 거기서 침낭을 깔고 천근만근과 같은 몸을 늬었다.

그런데... 한 12시까 되었나? 아까 나를 안내해 주었던 여자직원이 라면을 끓여서 나를 찾아 온 것이었다.

그 분 말로는

"저녁에 잠자리를 물어보는 그 당당함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찾아 왔다" 라고...

훗날 그 여자직원은 날 보러 부산엘 왔다. 남포동에서 그 여자직원을 만났던 뒷이야기가 있다.

아무튼... 난 이 날 양말을 두 번 갈아 신었고, 목욕탕에서 하루종일 있었던 것처럼 손발이 허옇게 퉁퉁 불어 터져서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난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 날은 정말정말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 여행을 떠난 목적이 내 인생을 새롭게 바꾸기 위함이었고, 과연 내가 제천에서 대구까지 걸어내려 갈 수가 있을까 라는 내 스스로의 시험무대였기 때문에 난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 날은 군위휴게소 건물 복도에서 잠을 잤다.

6편에서 계속 합니다. 

덧글

  • 쇠밥그릇 2013/02/10 11:53 #

    아이고. 1편부터 읽어봐야겠네요. ㅋㅋ 길다.
  • 하늘라인 2013/02/10 14:46 #

    사진이 많아서 글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설연휴라 한번 적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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