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제천에서 대구까지 무전여행 4편 걸어서 제천에서 대구까지

이 이야기는 1편부터 보시면 더 재밌을 겁니다.
<4일차>예천-하회마을-안동
3편에서 말했던 그 시각장애인 노숙자 아저씨는 자고 있었다. 난 일찍 일어나서 먼저 나왔다. 밤에 함께 이야기 하며 정이 들었는지, 떠나려는데, 왠지 가엾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별로 없는 양식인 빵 한 조각을 머리맡에 두고 나왔다. 저 아저씨 때문에 난 많은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저런 인생도 저렇게 살아가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도대학? 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 글을 쓰며 지도를 찾아 봤는데, 경북도립대학 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 앞을 지나왔다.

이 때가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5월경 이었던 것 같다. 사진처럼 보리가 익고 있다. 이 날은 안동까지 걸어가기로 했는데, 왠지 하회마을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들어가야 하지만, 하회마을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여기 그 하회마을 강변이다. 사실 이 때 하회마을을 가기엔 몸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았고, 다리상태가 안 좋았는데, 왠 고집이었는지 하회마을을 들어갔다.  아마 저 때가 하회마을 첫 방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하회마을 곳곳에 '헛제사밥' 이라는 것이 있었다. 또 왠지 저건 꼭 먹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을 하는 동안 처음으로 음식을 돈 주고 사 먹었다. 아마도 5천원 인 걸로 기억한다.
근데 맛은 없었다. 별로 특별한 것도 없고, 맛도 없고, 괜히 먹었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1톤 트럭을 타고 전국을 여행하는 분을 만났다. 내가 사람도 없는 국도를 따라 걷고 있으니 차를 세우더니만 말을 걸어왔다. 뭐 하고 있냐고? 그래서 제천에서 대구까지 걸어가는 중이라고 하니, 자기는 차로 전국 여행 중이라며 정말 반갑다고 하더니만 타라고 했다. 그래서 얼떨결에 차를 타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 분이 자기랑 여행 함께 하지 않겠냐고 했지만, 나는 제천에서 대구까지 반드시 걸어서 내려가야 할 이유가 있다면서 거절을 했다. 나를 하회마을에서 빠져 나와 큰 도로에 내려 주었다. 표정에서 알 수 있듯이 성격도 시원시원해 보이고 유쾌해 보였다.

그런데 이 날 5시경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주 큰 문제였다. 국도에서 인적도 없고, 집도 없는 길인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 거다.
그래서 국도변에 있는 이상한 자동차정비소 같은 곳에 가서 1박을 요청했다. 주차장 구석에서 자라고 했다. 비를 피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 침낭 속에 들어가 누웠는데, 옆 사무실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어 보니 왠지 도박을 하면서 조폭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비를 맞고 조금 더 걸었다.

<5일차> 안동-군위
어제 잔 곳은 바로 국도 초입에 있는 경찰초소 였다. 여기는 교통경찰초소 인데, 직원 몇 명과 의경 몇 명이 있었다. 찾아가서 사정을 말 하고 비가 와서 더 이상 이동을 못 할 것 같다고 하니 1박을 허락해 주었다. 경찰답게 나의 신분조회도 하고... 마침 의경들이 라면을 끓이면서 내 것 까지 끓여 주길래 정말 포식을 했었다.

이 날 아침은 비가 세차게 왔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바지도 그냥 청바지. 위에도 방수 안 되는 점퍼. 배낭도 방수가 안 되고... 무엇보다 신발이 방수가 안 되는 신발이었다. 그래도 할 수 없이 걸었다. 이 초소 주변엔 인가도 없고, 쉴 수 있는 곳도 없었다. 그냥 비를 맞고 걸었다.

5편에서 계속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