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제천에서 대구까지 무전여행 1편 걸어서 제천에서 대구까지

내 인생은 1999년 "이 사건" 이전과 이후로 큰 변화를 가지게 된다. 이 때 한번의 정신적 성장을 하였다.

1999년 봄.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로 몇 개월동안 아무것도 하기 싫어 방황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여동생이 D항공사에 승무원 시험을 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순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각을 하게 되었다. 조금만 있으면 3학년 2학기 인데... 취업을 위해서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인생을 허비하며 살아왔냐면 꼭 그런 건 아니다. 뭔가 열심히는 하였다. 하지만 정작 취업을 하기 위한 무언가는 하나도 이루지 못 하고 사회진출에 대한 준비를 못 했던 것이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일주일간만 돈 없이 걸어서 가 보자고... 그 당시 박카스 국토순례 및 도보여행 관련 여행기가 많이 있었고, 나 역시 그걸 읽고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1일차> 제천-단양
지도를 보고 대충 찍었다. 그러다 제천이 눈에 띄었고, 일주일간 걸을 수 있는 거리로 대구가 적당할 것 같아서 즉흥적으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부산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제천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 처음 가본 제천역. 
그 당시엔 삐삐시절이었다. 여행을 떠나기전 동생에게 D항공 합격여부를 알려달라고 했었다. 지금 보이는 제천역 앞의 공중전화에서 내 삐삐를 확인하였다.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것이, 첫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서 합격임을 알 수 있었다. 나 보고 여행 조심해서 하라고 하며, 자기는 연수들어 간다고 했다. 나랑 같은 대학시절을 보낸 동생이 취직을 했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자극이었다. 이 때서야 나도 취업이라는 걸 해야하는 구나 라고 실질적으로 느꼈다.

제천역에서 걷기 시작했다. 가진 돈은 5만원 정도. 비상금과 부산 돌아갈 차비를 빼면 여윳돈이 거의 없다. 일단 걸었다. 지도를 보니 대충 "단양"까지 가야 하기에 "매포" 라는 쪽으로 걸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아직은 상태가 좋다. 

간이버스정류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단양, 매포 방향이 보인다. 이 때는 필름카메라이라 사진을 많이 찍지도 못 하고 셋팅된 날짜도 다르다. 이 때는 99년도 5월경이다.

 
단양팔경 이라고 글자가 보인다. 디카시절이었으면 사진 엄청 찍었을 텐데, 이 땐 필카라 사진도 많이 없다. 첫날 다소 더웠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다가 20키로 정도되는 배낭을 매고 걸으니 정말 힘들었다. 이 날은 점심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제천역에서 10시30분경 출발한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점심은 먹지 않고 걸었나 보다.

여기가 단양이다. 세월이 많이 지나 여기를 와 본 적이 있는데, 이 풍경은 딱 이대로 이다. 여기 도착해서 숙소를 구해야 하는데, 숙소가 없어 여관에서 잤다. 돈이 얼마 없어 최대한 허름한 여관에서 잤다.

여관방의 문을 보면 정말 저렴한 곳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발바닥 곳곳에 엄청 큰 물집이 잡혀 버렸다. 당시 책에서 본대로 양말도 두꺼운 것 신고, 발가락 사이에 베이비파우더도 뿌리고 했는데, 물집이 엄청 잡혔다. 여기 단양에서는 발을 제대로 땅에 딛지 못 할 정도로 발이 아파서 저 사진을 찍는 순간엔 고통과 몸부림치고 있었다.

<2일차> 단양-소백산-풍기
단양의 여관을 나서는데, 하룻밤 자고 나니 온 몸이 쑤시고, 발바닥의 통증이 극해 달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평소 운동도 하지 않고, 특히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한참동안을 그냥 방황했던 뒤라 몸의 건강상태가 더 안 좋았었다.

이 때는 나의 여정에 대해 잘 모르고, 그냥 지도를 본 뒤 대구방향 즉 남쪽으로만 걸었다. 그러다 보니 그날 어떤 경로로 내려가는 지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그냥 걸었다. 이 날은 소백산을 넘었다. 소백산 넘어가기 전 어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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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명품추리닝 2013/02/10 01:08 #

    오... 역시 [걸음아, 날 살려라]란 옛말이 틀리지 않군요. 눈빛이 살아 있어요~
  • 하늘라인 2013/02/10 02:28 #

    저 때는 지금과 비교하면 많이 어린 시절이었죠. 사진이 흐린데, 잘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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